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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색중인 것에 대한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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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한강 작가님 책 드디어 전부 입고 됐다. 한두권 찔끔찔끔 오더니 2주만에 전권이 모두 넉넉하게 들어왔다. 서둘러 매대 만들고 호접란도 한송이 걸어두었다. 눈을 감은 작가님 얼굴이랑 말갛게 핀 호접란 얼굴이 잘 어울려서 수십장 찍었네.  책방은 총판을 두 곳을 쓰다가 올해 하반기부터 교보에 정착했다. 교보가 공급률이 조금 더 낮고, 외서도 바로 주문가능했다. 배송 올 때 책이 구겨지거나 파손되는 경우도 적었다. 노벨문학상 발표 난 당일에 주문 페이지에서 한강 작가님 책은 [출고정지] 상태였다. 다음날 주문 페이지에 다시 접속 했을 때에는 도서당 10권씩 발주수량 제한이 걸려있었다. 처음 그 페이지를 봤을 땐 한 서점이 사재기하는 문제를 방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광화문 교보에 책을 사려고 줄을 산 사람..
Studium은 study와 어원이 같고(1023) 본격적인 스터디 준비에 돌입했다. 매니저님과 함께 몇달동안 방치해두었던 공간을 쓸고 닦았다. 벽에 거미줄마냥 주렁주렁 걸려있던 와이어들도 치우고 더러운 더러운 더러운! 유리창도 닦았다. 로봇청소기마냥 바닥에 주저앉아 양손으로 바닥을 벅벅 닦고 있는데 매니저님이 그랬다. 어쩌다 산책, 코로나로 한달동안 임시휴업하고 다시 열었을 때 그때도 이렇게 손으로 바닥을 닦고 있었다고 (1023)
까만 구멍으로 읽히는 이름들(1022) 하루종일 불꺼둔 방처럼 어두운 날이었다. 찬 바람 때문에 옷없이 드러난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퇴근하면 곧장 집에 가서 뜨근한 오뎅탕이나 끓여먹어야지'하는 생각이 드는 날, 당장이라도 욕조에 몸을 담그고 싶은 그런 날, 그런 날은 어김없이 손님이 없다. 갑작스럽게 변하는 날씨 앞에서 사람들이 다 고만고만 귀여워지는 거 같다. 오픈 초기에는 손님이 없으면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는데 일희일비 할 거 없다는 걸 이젠 알지...그런 날이 있어도 한달 단위로 보면 결국 크게 차이가 없더라고...이젠 손님이 없는 날을 반길 줄도 안다. 이때다 싶어 쌓인 일들을 후다닥 해치웠다,  오늘은 무빙씨어터 상영날. 아홉번째 영화는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 Citizen Kane』이다. 무빙씨어터를 시작하게 된 데에는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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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한국의 젊은 여성 시인을 추천해주세요" 월요일. 출근 전에 책방 근처 카페에 들렀다. 주말동안 이곳저곳(아이폰 메모장, 구글 Keep, 책 모서리 등등)에 생각날 때마다 적어둔 것들을 한데 정리해두었다. 오늘 책방에서 손님께 받은 책추천 요청은 이것이었다. "한국의 젊은 여성 시인을 추천해주세요" '추천'에서 부서져야 할 발음이 둥그렇고 부드럽게 들렸다. 한국어 사용자가 아니구나. 책방을 연남동으로 옮기기 전엔 미처 몰랐다. 동네에 생각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 6년 이 동네에 살 때만해도 관광객이 이렇게 많지 않았는데 요즘 식사를 하러 나가거나 근처를 산책해보면 심심치않게 관광객을 마주친다. 손님께는 아래의 책들을 추천했다. 문보영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 서점』 과 『책기둥』한영원 『코다크롬』차도하 『미래의 손』박세미 『오늘 사회 발코니』..
(19-20) 아무렇지 않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 망가진 상태 19 토요일, 어젯밤 친구들이랑 헤어지고 애인집으로 왔다. 일어나보니 식탁 위에 애인이 아침마다 먹는 샌드위치 옆에 내 몫이 하나 더 놓여있었다. 종종 어머니가 식탁 위에 그려두는 애정과 걱정의 모양을 읽을 때마다 울컥 울컥 무언가가 치민다. 고양이 세수만했다. 곧 써야하는 원고에 도움이 될 책이 있을까해서 애인의 서가를 기웃거렸다. 몇권을 들쑤시다가 한권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는 세시간을 내리 집안일을 했다. 한숨 돌리려고 소파에 털썩 앉았는데 애인 집에서 훔쳐온 책과 똑같은 책이 바로 옆에 있었다. 20 중요한 일정이 있는 날이었다. 한 주를 시작할 때 오늘의 일정을 스케줄러에 적어둔 후부터 온 신경이 일요일을 향해 있었다. 아침 일찍 『에세이즘』 들고 집앞 카페에 나왔다. 방금 문을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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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여덟번째 상영작 Moving Theater 무빙씨어터 여덟번째 상영작은 야네스 자우이 감독의 『타인의 취향 Le Gout des autres』. 리스트엔 없었는데 이전 상영작인 존 포드의 『탐색자』에 지친 관객(나)를 달랠 용도로 골라보았다.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논픽션』 이나 요아킴 트리에 영화 같은 것을 보고 싶었다... 가능하면 책이 나오고 대화가 많은 그런 종류의 영화. Moving Theater's Playlist Pay Metheny Group-Au Lait Giuseppe Verdi 영화에 나온 음악 찾아서 무빙씨어터 플레이리스트에 넣었다. 보통 플레이리스트는 '비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 , '연말과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음악' 등 하나의 테마로 묶이기 마련인데 이 리스트는 하나로 묶어둔 것이 미안할 정도..
(1016) 이 책을 공간의 씨앗으로 삼아야지 iiyo iiyo iiyo-Sam Wikes수요일은 주간회의 있는 날. 회의 끝나자마자 보원씨의 『에세이의 준비』 읽으려고 책방 옆 카페로 도망왔다. 민음사 블로그에 연재했던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민음사 블로그에 첫번째 글이 공개됐을 때 나는 보원씨에게 당혹감과 배신감을 느꼈다. 자신을 구박하는 유머나 1년에 옷을 한두번 산다는 대목에서는 그 강보원이 맞는 것 같았지만 문장으로 사람을 옭아매어 끌고가는 그 노련함과 능숙함에...잠깐만 저기요...강보원씨 맞으세요? 자꾸만 흰자를 희번득 드러내며 의심하게 되는 것이었다. 사적인 자리에서 만났던 헐렁하고 털털한 보원씨와 책 속에서 만난 글쓰기의 천재를 일치시키는데에 얼마간 적응이 필요했다. 두 사람이(한 사람이라니까) 너무 달라서 좋았다. 사람한테는 반전이..
(1015) 출근하면 한시간은 쓰고, 한시간은 읽는 루틴을 지키고 싶은데 되는 날이 몇 없다. 메일오고 전화오고 눈 앞에 일이 보이기 시작하면 바로 일로 뛰어든다. 오늘은 신라호텔 Blind Date with a Book 패키지 공개하는 날이었다. 온라인에 올릴 글을 다듬는데 줄어들어야할 글이 자꾸만 길어졌다. 그중의 절반은 회상과 푸념. 매년 이 즈음이면 발이 시리던 망원동 책방 시절부터 지금까지 힘든 고비를 넘겨온 날들을 더듬었다. 구멍가게 만도 못했던 책방이 언제 이렇게 컸나 싶어 기특하기도 하고, 우리 고생했다, 지난 시간 함께했던 동료들도 고생했다 격려하고 싶고 매일 매달 허덕이는 지금도 한참 부족한데 얼마나 더 고생 해야되는건지 막막하기도 했고 그랬다. 책방의 선물포장을 건네 드릴 때마다 말갛게 개던 여러..
(1014) 호텔의 내장 사이토 마리코 선생님 인터뷰가 공개됐다. 한강 작가님 노벨문학상 수상과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말미에 이달의 작가로 소개중인 솔뫼 작가님에 관한 언급이 있어서 책방 계정에 서둘러 전했다. 중요한 일들 마무리해두고 오후에는 신라호텔 배송 다녀왔다. 호텔의 뒷편, 직원들과 납품 차량들만 출입하는 장소였다. 약간은 서늘하고 사방이 하얀, 복잡한 미로같은 그곳을 걷는동안 꼭 호텔의 내장에 들어와있는 것 같군 생각했다.
(1013) 축하햇 Congratulation 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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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어제 저녁의 흥분이 가시지 않는 아침이다. 달뜬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한 친구들이 피드에 소식을 전한다. 나도 아침 일찍 눈이 뜨여서 출근 전에 동네 카페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책방은 문을 열자마자 손님들로 북적였고 남아있던 한강 작가님 책은 바로 다 떨어졌다.q.e.d 화병을 들고 근처 단골 꽃집에 갔다. 사장님께 축하할 일이 있다고 담을 수 있는한 크고 아름답게 담아달라고 부탁드렸다. 사장님은 한강 작가님 축하용이라는 걸 바로 알아채셨다. 그래. 이건 업종을 막론하고 정말 나라의 경사다 경사야. 꽃을 한아름 꽂아두고도 이걸론 안되겠다 싶어 축하 포스터까지 만들어서 대문에 냅다 붙였다. 오후 중엔 주영 매니저님과 호텔에 배송할 책을 포장했다. 이번 일은 첫 호텔 협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클..
(1010) 세상에.. 어젯밤 무빙씨어터 상영작은 마틴 스콜세지 지난 해 개봉작이지만 러닝타임이 엄두가 안나서 못보고 있었다. Moving Theater의 주요 장점은 두가지다. 모든 종류의 음식을 먹으면서 볼 수 있다는 점과 같이 보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약간의 강제성 덕분에 지루하고 긴 영화도 정신차리고 끝까지 볼 수 있다는 점. 극단의 자유를 원하면서도 강제성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나 인간에게 최적화된 씨어터. 프로그램에 오른 영화들도 애쓰지 않으면 볼 일이 없는 그런 영화들이고...오늘은 호텔 큐레이션 1차 납품일. 출근하면서 아직 책이 한권도 안왔는데 오늘 중에 배송이 안오면 어떻게 해야되나…해결방법을 궁리하면서 출근했다. 만에하나 오늘 정말 배송이 안오면 합정역 교보문고에서 임시로 구매하는 수 밖에 없다...
(109) 공휴일. 어제 일을 못해서 출근했다. 큐레이션 납품 건으로 책 200권을 준비해야 되는데 책이 아직도 안왔다. 양이 많아서 아직 확보중이시겠지… 아무래도 이번주엔 일부만 납품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전에 할 수 있는 작업들 오늘 다 해두기로 한다. 레터 원고 최종 수정, 프로모션 카드 디자인, 이거 다 인쇄하고, 레터 담을 편지 봉투 구매하고, 다 접고 포개서 봉투에 넣기, 스탬프 찍어서 마무리. 매니저님이 열심히 칼질 도와주셔서 세시간만에 끝냈다. 지난 주까지 현금이 없어서 이번주까지 일을 미룰 수 밖에 없었다. 몇백만원의 유동현금조차 없는 상태로 운영하는 게 맞나. 현타가 자주 왔다. 언제쯤 보릿고개 없이 운영할 수 있을까. 계약서가 메일로 도착했는데 (갑)의 자리에 뉴스에서만 보던 이름이 적혀있었..
(108) 컨디션이 안좋으면 몸이 안좋네 쉬어야지 하는 생각보다 왜 이렇게 나태하지? 자책부터 든다. 친구말대로 신자유주의병이다. 일요일부터 몸이 좋지 않았는데 이틀을 자학하다가 재대로 병이 났다. 이젠 감기도 몸을 스치고 가는 정도가 아니라 정면으로 뚫고 가는 느낌이다. 신자유주의병 치료제는 모르겠고 애인이 감기몸살약을 사다주었다. 월요일은 정신줄 붙잡고 버텨봤는데 오늘은 목소리가 안나온다. 눈 뜨자마자 침대에 누워서 급한 일을 처리하고 매니저님께 책방 근무도 부탁드렸다. 다시 잠들면서 이번주 중요한 납품 일정을 계산했다… 재료들 오늘 다 왔을까.. 책은 내일까지 다 올까…공휴일까지 끼어 있는데 마감일 지킬 수 있을까…갈대 100개는 어디서 구하지…
(105) 특히 '다이쇼 데모크라시'가 아닌 '헤이세이 데모크라시'를 실현한 인터넷은 지식의 대중화를 한층 밀어붙여 여성들이 정치 투쟁을 벌이는 주요 전장이 되거나 급기야 문학에 대한 평가를 규정하는 장이 되기에 이르렀다(다만 선동과 중상모략의 온상이 된 지금의 인터넷에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민주주의를 실현했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ㅡ 『나선형 상상력』 후쿠시마 료타, 리시
(104) 텍스트가 우리를 준비시키는 것이지요 “우리가 세심하게 읽고 신호들을 따라간다면 텍스트는 우리가 읽을 때 찾아야 하는 것을 아는 위치에 우리를 놓거든요. 일정한 방식으로 읽도록 텍스트가 우리를 준비시키는 것이지요.” 「헤겔을 읽는 파농」 중오늘 손님의 책추천 요청. 스물 일곱살 남성에게 선물할 책을 찾고 계셨다. 책을 아주 많이 읽고, 소설로 등단을 준비하고 계신다고 했다. 어떤 소설일까 가늠이 되지 않아서 혹시 그 분이 흥미롭게 읽은 책을 알고계시냐고 물었다. 손님은 그 분의 인스타그램을 보여주셨다. 엉엉. 괜히 봤지. 무시무시한 독서력이었다. 오늘이 바로 이 치트키를 꺼낼 날이다.  . 다독가를 위한 큐레이션이었는데 판매가 심각하게 저조해서 서랍에 보관중인 책들이었다. 손님은 가야트리 스피박의 『읽기』를 사가셨다.오늘도 텅텅 비어버린 ..
(103) 꿈에 세 여자가 나왔다. 대답해. 대답해. 죽여버릴거야..라고 화내고 욕하다가 잠에서 깼다. 꿈이 현실이랑 구분이 안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꿈인 걸 알았는데도 화가 났고 침대에 앉아서 한참 울었다. 진정할 때까지 애인이 등을 쓰다듬어 줬는데 왜인지 더 화가 났다. 꿈 때문인지 자기 전까지 고민한 프로젝트 때문인지 하루종일 몸이 무겁고 기분이 깨름칙했다. 오후엔 예정대로 그래픽에 다녀왔다. 도착하자마자 퓨즈가 나간듯이 힘이 빠져서 잠깐 앉아서 쪽잠을 잤다. 해를 쬐면 힘이 빠지는 것 같다. 대기 인원이 많아서 근처 카페에서 커피랑 샌드위치 먹으면서 기다렸다. 샌드위치 재료가 산책 오픈 때 만들었던 애플프로슈토랑 거의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요즘 두번째 산책 초안 만들면서 고민이 많았는데 처음을 떠..
(102) 아침 일찍 메세지가 와 있었다. 월요일에 포기하고 던지듯 보낸 메일의 회신이었다. 빨리 착수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간단히 답변 보내고 불떨어진 발등으로 서둘러 출근했다. 오늘은 책방 정기 휴일. 불꺼진 책방 안쪽에서 주간 회의 했다. 좀 힘들었다. 제한된 환경에서 해볼 수 있는 최선의 안이 라고 생각했는데 여러 생각 때문에 심란했네. 두 시간 회의 끝나고 주영 매니저님과 함께하는 차회 겸 스터디 시간이 있었다. 클라이언트 전화도 오고 급하게 대응해야하는 일이 생겨서 차회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고나니 여섯시. 오늘 업무는 아무것도 못했고 저녁엔 회식 했다. 회식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와서 조금 더 일하다가 퇴근했다. 밤중에는 애인과 축하할 일이 생겨서 집 앞 편의점에서 산 카스테라로 케이크 만들어서 초 ..
(101) 과거를 잘 알고 있는 건 미래의 값이 될 수 있거든 휴일이지만 출근했다. 그런 날에는 평소의 나보다 조금 더 고생스럽게 챙겨준다. 귀찮아서 안쓰던 모카포트로 커피 만들어주고, 손 씻을 때마다 핸드크림도 발라주고 그런다. 어제 미뤄둔 일들 탁탁 처리하고 보내주신 신간 선물들 열어보았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에드워드 토머스 하고 라이너 쿤체 . 라이너 쿤체는 이전 책 를 좋아했다. 책방에서 Read Me로 소개한 후로 날개달린 은엉겅퀴 됐어. "뒤로 물러서 있기, 땅에 몸을 대고, 남에게 그림자 드리우지 않기, 남들의 그림자 속에서 빛나기" 봄날의 책 세계 시인선은 외부에서 큐레이션 요청이 올때 리스트에 자주 넣는데 때마다 거절당했다. PC 화면으로 보았을 때 표지에서 힘이나 색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일텐데(사실 화면으로도 예쁘다고 생각함) 그럴 때마다 속으..
(930) 월요일. 좋아하는 긴 셔츠 입고 나왔다. 더울까봐 걱정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찬 바람이 불어서 감기 걸리면 어떡하지? 새로운 걱정 했다. 지난주만 해도 더위가 끝을 앞두고 발악을 하는듯했는데 이틀사이에 겨울 냄새가 나다니. 오늘은 큐레이션 피드백 온 거 반영하고 바로 한주업무 시작해야지! 했지만, 퇴근할 때 까지 나는 이 일에만 매달려 있었다. 박솔뫼 작가전 오픈한 지 2주 정도 됐다. 이 작가전의 특이사항은 블라인드북이 계속 나간다. 정말 계속 나간다. 이미 팬인 독자분들이 오셔서 솔뫼 작가님의 소스리스트를 쓸어가는 느낌. 지난 주에 한 분이 블라인드북 전체를 쓸어가신 이후로 또 동이 났다. 매대가 비니까 뒷 벽이 평소보다 더 휑해보인다. 저 자리에 기다란 그림을 걸고 싶은데, 적당한 작품을 우연히 만..
(929) 억지로 하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랑 미루지 않으면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자주 떠올림.  어제에 이어 오늘 미아 한센 러브 감독의 상영했다. 영화속영화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볼만했는데 여주인공이 자신이 쓰고 있는 작품을 서술하는 장면이 나온 후부터는 고역이었다. 설마 이대로 끝인가 싶었는데 설마 그랬다. 영화보다도 Robin Willianson 음악이 좋았음. 10월을 앞두고 노트 한권을 다 썼다. 미리 사둔 새 노트 쓰기 시작함.  몰스킨 한권 분량이 조금 애매하다. 늘 8~9월이면 한권을 다 쓰는데 1년에 두 권까진 안되고.. 새해엔 새 노트로 새출발 하고싶은데 그게 안되는 게 아쉽다.
(928) 제 부족은 사랑하면 죽는 아스라입니다 무빙씨어터 오늘 상영작은 크리스티안 페촐트 원제는 Roter Himmel, 붉은 하늘. 올해 본 영화중에 자리를 위협하는 건 없었는데 어파이어가 유력함…  페촐트 영화 몇개 더 보고 싶다. 영봐 보고나면 스코어 정리해두는데 오랜만에 업데이트 했다. 아래는 두서없이 남은 메모들…하룬 파로키민벽에 가로로 긴 선반 하나모든 공간이 두 번 나와야한다상태의 차이만으로 사건 발생 알리기한번뿐인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Einmal ist Keinmal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을 때 물가로 간다하인리히 라이네-노래들의 책훔쳐보기-마주보기매일 저녁 무렵 술탄의 공주가하얀 물이 솟는 분수대 옆을 거닐었다매일 저녁 젊은 노예가 하얀 물이 솟는분수대 옆에 서 있었다매일 그의 얼굴은 창백해져갔다하루는 공주가 갑자기 그에게 다가가..
문제는 루프 어쩌고가 아니라 나선형으로 나아가는 (927) 리움 다녀옴. 오면 알려달라던 언니한테 연락하고 싶었는데 그거 있잖아… 진짜 좋아하는 사람앞에서 뚝딱거리는 병. 나는 그 언니 앞에만 서면 뚝딱이가 된다. 전시보는동안 연약하고 가녀리지만 어딘가 뾰족한 구석이 아름다운 그 언니를 자주 생각했다. 리움은 그룹전 보러 간거였다. 희천씨 작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에르메스에서 본 스터디도 좋았는데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업도 좋았다. 2018년 라는 작업이었는데 보면서 메모장에 뭘 많이 적었다. 문제는 루프 어쩌고가 아니라 나선형으로 나아가는, 이재영 Facetime... 어쩌구 저쩌구. 그나저나 전시 보면서 그룹전에 영상작업은 하나만 있어야되는 게 아니냐고 이야기했다. 전시 한번에 영상을 네다섯개보고나면 현실감각이 없어져서 전시장 나가는 길 까먹음. 대숏츠시대에..
(926) 금요일은 외부일정이 있어서 호텔 큐레이션을 오늘 끝내야됐다. 하나마나한 소리들 늘어놓는 원고를 쓰는 건 싫은데 시간은 없고… 큰일이다. 아니다 차라리 촉박한 것이 낫다. 온 시간과 정성을 쏟아붓는다고해서 언제나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제한된 상황에서 리소스를 잘 가늠하고 분배해야한다는 걸 잊지말자… 저녁엔 뛰었다. 갑자기 페이스가 안정적인 6분대로 들어왔는데 아무래도 선선해진 날씨 덕인 것 같다. 한 여름 러닝이 버거운 일이었구나. 잘 안뛰어지네 싶었는데 지나와보니 나를 힘들게 한 이유들이 그제서야 보이기 시작한다. 가을 부지런히 지내면 얻을 것이 많겠다. 여름에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찾아두어야지.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다 주세요(925) 수요일. 내부 회의가 잘 진행되고 있으려나. 호텔 건 잘 돼서 여기서 번 돈으로 제품개발 프로젝트 이어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못하게 되면 너무 낙담하고 실망할까봐 아마 이 건은 불발될거야..불발될거야 생각하면서 수요일 보냈다. 괜히 연희동 방향으로 조금 더 멀리까지 걸어가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 먹고 돌아오는 길에 호텔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진행하고 싶다고. 자세한 내용은 메일로 보내두셨다고 했는데 사무실로 걸어가는동안 메일에 무슨 내용이 적혀있을까 그 생각만 하면서 걸었다. 퇴근 전에는 말로만듣던 여기부터 여기까지 다주세요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 방문한 한 손님께서 박솔뫼 작가전에 진열되어 있는 블라인드북 전권을 모두 쓸어담아가셨다. 진귀한 풍경이라 급히 사진으로 그 장면을 남겨두었다.
(924) 매일 일기를 쓰던 때는 한가해서 가능했던 것일까. 그때도 한가하진 않았는데... 이번 일주일은 조금 바빴다. 화요일 아침 일찍 미팅이 잡혔다. 출근시간보다 이르게 일어나서 미팅 장소에 도착했다. 로비에 이배 작가의 작품이 걸려있었다. 담당자분들 만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미팅 장소로 이동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말씀을 시작하셨는데 귀가 잘 들리지 않았다. 이대론 안될 것 같아 귀를 붙잡고 죄송해요. 귀가 먹먹해서 잘 안들리네요...여기 몇층이에요? 하고 멋쩍게 말씀드렸다. 참석한 담당자 세 분을 모두 웃겼다. 성공이다...호호. 미팅 장소는 23층이었다. 한시간 정도 이야기 나누고 미팅이 끝났다. 상석에 앉혀주신 덕분에 시원하게 남산을 내려다보며 이야기 나눴는데 미팅이 끝날 때 쯤 되니 햇빛 때문에 눈이 멀..
(923) 잠깐 한국 들어온 다슬이랑 아침 약속이 있었다. 11시까지 인줄 알고 헐레벌떡 나갔는데 약속시간이 11시 반이었네. 대충 묶고 나온 나온 머리 다시 묶고 에스프레소 마시면서 기다렸다. 아이덴티티커피랩 원두가 있어서 냉큼 먹어보았다. 맛좋음. 다슬이는 친구들이랑 같이 하는 그룹전을 갓 마치고 들어온거라고 했다. 전시 마치고 긴장이 풀렸는지 한동안 체기가 가시질 않아 뭘 먹질 못했다고 했다. 이번 한국행은 뭘 좀 먹고 쉬러 온거라고. 안본사이 팔뚝에 작고 귀여운 타투가 하나 늘었다. 베를린에서 같이 지낸 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그 친구를 그린 거라고 했다. 다슬이는 올때마다 작은 물건을 하나씩 사다준다. 이번엔 이탈리아 파스타면을 사들고 왔다. 짧고 통통한 트로피에 Trofie. 몇시간 일찍 일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