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색중인 것에 대한 노트 (183) 썸네일형 리스트형 순례의 목적은 다른 순례자(첫번째 얼굴) 폐허 같았던 지난 12월을 견디게 해준 것은 세 얼굴이었다. 오늘은 첫번째 얼굴을 이야기하고 싶다. 지난 겨울, 오랫동안 함께한 동료들이 모두 떠났다. 넓은 책방에 동료도 손님도 없이 한기를 껴앉고 앉아있던 날이었다. 책방은 통 유리창으로 멋을 낸 탓에 겨울이면 냉동실 안의 아이스크림과 다를 게 없다. 울지도 못해~ 집에 갈 수도 없어~어쩔 줄 몰라하던 날이었고 이야기를 들어줄 혹은 들려줄 사람이 간절했다. 서가에서 얼굴이 가장 크게 보이는 책을 골랐다. 가슴에 두 손을 포갠 이해인 수녀님의 얼굴이 그려진 책이었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 일하고 읽고 쓰고 대화하고 갈등을 겪고 해결하는 이야기.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는 이야기. 당연한 이야기에 무게를 싣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들이다. 인간의 한.. 12월에 쓴 편지 김한민 작가님의 마지막 페이지에 그려진 그림 기억나? 주인공이 떠나면서 추린 박스 안에 여러 짐들이 들어 있는데 작은 책이 하나 들어 있었어. 아주 작은 책이었지만 작가님은 그 책에 작가 이름을 작게 그려넣었더라고. Robert Walser 그때 발저를 처음 알았어. 그 작가에 대해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것도. 발저는 라는 자신의 산문처럼 정말로 크리스마스 날 산책하다가 죽었대. 눈 속에 얼어붙어있는 그를 아이들이 발견했다고 알려져있어. “눈으로 덮인 채, 눈 속에 파묻힌 채, 온화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자여, 비록 전망은 앙상했지만 그래도 생은 아름답지 않았는가.” - 중에서 그는 중학교를 중퇴하고 배우가 되기를 바랬는데, 바램과 달리 하인학교를 졸업하고 집사로, 은행과 공장의 노동자로 일하며 집 없.. 내 선택에 확신을 갖지 못할 때마다 이모들의 삶을 떠올린다. 나는 네 명의 이모가 있다. 모두 가까이 살고 어릴 때부터 사이가 좋았다. 10년 후에도 지금의 생각들이 그대로일지 궁금해져 기록해두고 싶다. 큰 이모는 작은 일에도 마음을 크게 써 병이 자주 난다. 가령 미용실에서 한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달 내내 머리 스타일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디자이너를 미워하고 결국 신경증에 걸려버린다. 본인의 자식들에겐 엄격하고 다른 사람들에겐 한 없이 너그럽다. 내 자존감의 3할는 큰 이모의 칭찬에서 왔다. 초등학생 시절 “넌 엉덩이가 커서 애는 잘 낳겠다.”라는 말을 들은 후 트라우마가 생긴 나에게 이모는 잡지를 보여주며 외국엔 너보다 더 엄청난(?) 사람들이 있다며 이런 사람들이 모델도 하고 그런거라며 그런 몸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 이전 1 ···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