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색중인 것에 대한 노트 (183) 썸네일형 리스트형 (0423) 이유는 세가지다. 당분간 블로그는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세가지.1. 올해내내 쓰게 될 원고가 큰 부담이다. 집중해야지!2. 시작과 달리 블로그에 점점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가볍게 하루를 정리하는 용도였는데 토시 하나, 사진 하나 다 신경쓰다보니 귀한 퇴근 후 시간이 송두리채 사라졌다.3. 블로그에 쓸 이야기를 애인에게 말하는 것도 꽤 괜찮았기 때문... 하지만 지금 다시 블로그를 쓰고 있는 이유는1. 매일 일기를 써두는게 차라리 원고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함. 원고에만 매달려 있으니 생각이 제자리에서 실타래처럼 꼬이기만 한다.2. 찍는 사진의 양이 너무 많다. 블로그에 올려두면 몰아서 정리하지 않아도 되서 좋았는데, 쌓여만가는 사진들을 보니 허무하고 3. 애인이랑 이제 좀 다른 이야길 하고 .. 저를 기다리셨나요...? 몇몇 친구들에게 대체 에세이는 언제 업로드 되냐는 반가운 재촉을 받았습니다. 글 쓰는거랑 일기랑 몬 상관이냐며 블로그도 계속 써달라는 귀여운 보챔도 받았고요. 에세이 업로드가 지연된데에는 이런사연이 있습니다. 아무리 가벼운 일이라지만 연재 계획을 출판사 대표님께 말씀 드려야할 것 같더라고요. 메일로 간단히 내용을 말씀드렸더니 대표님은 "블로그에만 올리지말구 제대로 준비해서 출판사 공식 계정에도 같이 업로드해보면 어떨까요?" 라고 다시 제안을 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인 동시에 정말 무서운 일입니다...이제 정말 무를 수 없게 됐어요. 지금은 출판사에서 연재에 필요한 포맷을 준비하고 있어서 기다리는 중입니다. 쓰면 쓸수록 별별 부정적인 생각이 다 들어요. 오래전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려면 얼마간 기억.. 그동안 블로그를 읽어주셨던 분들께 그동안 블로그를 읽어주셨던 분들께안녕하세요. 김수진입니다. 그동안 이 먼곳까지(네이버 블로그가 서울이라면 티스토리는 강릉입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신자를 상정하고 써온 것도 아니고 발행일을 약속한 것도 아니지만 지켜봐주신 분들을 모른 척 하는 건 제 안의 유교걸이 용납하지 않아 편지를 올립니다.이제 이 블로그에는 일기 대신 매달 에세이가 올라올 것입니다. 이런 선포를 하는 이유는 올해 책을 집필해야하는데 셀프 마감을 주지 않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이곳에 오시는 분들이 저의 최초의 독자이니 여러분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라도 마감을 지키지 않을까요. 김수진이 배수진을 치는 것이지요...쓰기로 결심하고 나니 오로지 쓰지 말아야할 이유들만 생각납니다. 무얼 쓸 수 있을까, 일을 하면서 쓸 수 있을.. 말로 고정되고나면 지워지고 맙니다(0106-0110) 이번주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는 날이 많았다. 읽는 일이 자꾸만 우선순위에서 밀려서 집 앞 카페에서 한 두시간 읽고 출근하는 루틴을 만들어봤다. 출근하면 일하고 집에오면 쉬어버리니까 몸을 다른 어딘가에 놓아두면 좀 나을까 싶었다. 집 앞 카페는 필터 커피 메뉴가 다양해서 책을 다 읽을 때까지 1번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시켜보기로 했다. 커피를 주실 때 명함 사이즈의 레시피 카드를 같이 주시는데 뒷면에 내가 느낀 늬앙스를 적어서 책갈피로 썼다. 4번 커피 마실 때쯤 이탈로 칼비노 『보이지 않는 도시들』 다 읽었다. 책 한권 읽는데 책 값보다 커피값이 더 들었다.^^무언가를 많이 주고받은 주이기도 했다. 퇴근하고 보니 집 문고리에 오월의 종 빵이 한아름 걸려있기도 했고, 친구가 직접 만든 귤잼을 가져.. 무자비한 논리를 불가사의하게 배열한 것(1225-0103) 1225.Wed크리스마스에는 애인하고 동네 산책하고 조용히 집에서 식사하기로 했다. 연이은 연말 약속으로 조금 쉬어야 할 것 같았다. 산책하기로 한 시간. 멀리서 애인이 보이는데 약속한 것처럼 서로 2옷에 크리스마스 색을 하나씩 넣어 입고 나왔다. 나는 초록색 터틀넷, 애인은 주황색 바지. 우리의 산책이 늘 그렇듯 커피 한잔을 사서 걷기 시작했다. 첫 커피는 집 앞에 있는 스몰로우에서 샀는데 사장님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드립백을 하나씩 주셨다. 드립백에 귀여운 눈 사람 두 개가 그려져 있었다. 걸어가다가 카페에서 붕어빵을 파는 걸 발견했고, 사먹었다. 태어나서 먹어본 붕어빵 중 가장 고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에 2,000원. 먹으면서 연희동 방향으로 더 걸었다. 두 번째 커피는 메뉴팩트에서 샀다. .. GPT에게 얻은 질문으로 한해 마무리를 혜인이 블로그에 올려준 한해 마무리 질문들을 보고 올해 본 영화, 책 같은 거에 순위 매기는 ‘2024 어워즈’ 따위나 하고 있었던 나 자신 몹시 반성하였다. 혜인이를 좋아하는 건지 이 질문들을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뭐든 좋아서 같이 써보는 올해 나의 행동이나 선택이 내 가치관과 얼마나 일치했는가?“무언가를 얻기 위해 남을 이용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내뜻대로 이용한다는 게 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자신이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이것이 어떤 유혹으로 변하는 지 경험한 해였다. 누군가의 증언 한번이 나를 살릴 수 있다면, 다만 그 선택으로 그 사람이 피해를 입거나 죽을 수도 있다면 과연 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까? 그런 유혹을 뿌리치는 것과 그로 인한 고통을 감내하는 일.. 강 건너에 두고온 내가 있는 기분 1215-1222 1215 sunMUP 공연 보러 다녀왔다. 압구정 역에 내려서 조금 걸었는데 그 길에 본 어느 맨션이 정말 아름다웠다. 벽돌로 쌓은 낮은 건물, 작은 단지, 동과 동 사이에 있는 작은 중정, 바깥으로 느슨하게 열려있는 출입구들. 압구정 한 가운데에 이런 소담하고 아름다운 맨션이 있었다니. 가격은 소담하지 않겠지만 오랜만에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집을 보았다. 코리아나 미술관. 1층은 대기실로 꾸며져 있었다. 직사각형의 큰 공간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가벽이 있었다. 못 몇개가 박혀있었고 번호가 붙어있었다. 입장 할 때 받은 번호표와 같은 숫자가 붙어있는 못에 옷이나 가방을 걸었다. 공연 시작 시간이 되자 안내자 분이 대기자들을 지하로 안내했다. 열어주신 문으로 다 같이 걸어서 내려갔다. 한계단씩 내려갈수록.. 진실과 사실(1210-1214) 9. December어젯밤에 이 시국과 관련해 별도의 큐레이션 서가를 만들어둬야하는지 고민하다 잤다. 얼레벌레 출근해서 혜인 북토크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다이앤 애커먼 『감각의 박물학』 다시 살펴보았다. 곁에 있던 매니저님이 차를 권했다. 함께 차를 마실 때마다 내가 청차에 유독 반응이 좋았다며 이음의 청차를 내어주셨다. 리산. 올해 나를 돌본 가장 따뜻한 무언가를 마시면서 도움을 준 많은 얼굴들을 떠올렸다. 그 분들께 리산을 선물하면 좋겠다. 10. December 저녁 늦게 방문해주신 한 손님이 물었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한테 선물하고 싶은데 이 두 시집 어떨까요?" 손님의 양 손에는 세미 시인의 『오늘 사회 발코니』와 세계 시인선 한 권이 들려있었다. 두 책도 물론 추천표시를 큼지막하게 달.. 언젠가부터 혜인을 읽는 일이 나를 기르는 일이 됐다. “낯가리는 독서모임 멤버를 구합니다”그 공지를 본 게 3년 전인가. 책방을 운영했지만 독서모임에는 참여해본 적도 없었고 직접 모임을 만들어볼 생각도 없었다. 왜 사람들이 독서모임에서 책이 아니라 다른데에 더 열중인걸까 의아했다. 내가 그렇게 될 줄은 까맣게 모르구…‘낯가리는 독서모임’을 만든 사람은 바로 이혜인이었다. 여러 매거진의 판권면에서 자주 본 이름이었다. 만난 적은 없지만 우리 사이엔 많은 고리들이 있었고 알고리즘은 나에게 이혜인을 소개했다. ‘만나지 말고 책만 돌려보자’는 모집글에서 느껴지는 쾌적함에 끌려 나는 바로 신청서를 냈고 매우 공정한 선발기준(이혜인 마음에 들어야함)에 따라 합격했다.지금 눈 앞에 없는 혜인을 떠올려보면 심드렁한 표정과 늘어진 자세부터 생각난다. 그리고 혜인은 입을 삐.. 계엄군, 헬기, 라디오(1202-1207) 1202. mon올 여름은 ‘사람이 어떻게 사람한테 이럴 수 있지?’라는 의문을 양극에서 경험한 계절이었다. ‘사람이 어떻게 사람에게 저렇게 잔인할 수 있지?’와 ‘자기가 위험에 처할 걸 알면서도 어떻게 저렇게 사람을 도울 수 있지?’ 사이를 하루에도 수십번씩 오가며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그랬다. 세미 님은 그 계절에 나를 일으킨 사람 중 한 명이다. 처음 만났을 때에도 주고받은 말이 많지 않았는데 왜인지 마주앉을 때마다 큰 포옹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월요일, 세미 님과 정식으로 단 둘이 만나 밤 늦게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몇번의 출간 제의를 고사했던 건 할 말이, 그러니까 크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할 말이 있는 사람들이 작가가 된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작가 뿐 아니라.. 꿈의 우유(1125-1201) 1124 장 뤽 고다르 . 다 보고나서 갑자기 내 흰머리 다 뽑은 애인. 1125관리자의 위치에서 동료들과 거리를 둬야한다는 충고. 동료를 밖에서 찾아야한다는 조언. 좋은 동료들과 좋은 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당함이 필요하다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익숙해지지 않는 외로움. 애인은 자기 키보다 낮은 싱크대 때문에 어깨를 오므린 자세로 설거지를 한다. 둥그렇게 말린 어깨에 평소보다 넓어보이는 등을 보면 꼭 그 위에 몸을 둥그렇게 얹어두고 싶어진다. 어제는 설겆이를 해주는 애인 등에 몸을 포개어두고 왜 소설을 쓰려고 했냐고 물었다. 애인은 소설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줄 알았다고 했다. 나는 그럼 정치를 생각하는 게 맞지 않았냐고 물었다. 애인은 사실 어딜가서 무얼해도 세상을 바꾸는 건 못.. 제3의 시간(1121) 손님들 얼굴은 기억 못해도 강아지 손님들은 다 기억하지. 그 친구 이름은 마음이. 흰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 진중한 얼굴의 진돗개 그리고 홀쭉한 허리. 그렇게 기억한다. 책방에 들어와도 주변을 경계하고 눈을 마주치면 빤히 바라보는 개. 몇번이나 만났지만 다가오는 기색이 없어서 나도 먼저 다가가지 않았다.마음이의 보호자와 인사를 나누게 된 건 지난 겨울, 어쩌다 산책의 마지막 영업일이었다. 연남동 책방에서 인사를 나눴던 손님인데 그가 정반대편 동네인 혜화에 그것도 유니폼 차림으로 등장했다. 여기서 가까운 도서관에서 일한다고 산책이 사라져서 아쉽다는 가벼운 인사를 나누었다. 이후에도 종종 눈인사만 나누었던 그에게 초대장을 받았다. 한달 전 책방에 방문한 그는 자신이 일하는 곳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평소에.. 영원하고 싶은 순간을 자주 목격하고 1120-1124 이번 한주는 침대에서 눈뜨면 애인에게 요일부터 물었다. 기절하듯 자고 기억을 지운채로 일어나던 한 주. 호텔에서 추가 주문 들어온 책들 포장하고 배송했다. 깔끔하게 한번에 보내고 싶은데 책이 찔끔씩 와서 지지부진하게 마무리중이다. 기대하던 굉여님 북토크도 있었다. 토크 전에 책을 좀 읽어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오전에 미팅이 잡히는 바람에 열어보지도 못했다. 토크 시작부터 ‘요나스’라는 사람이 자주 언급돼서 대체 요나스가 누구야 싶어 한창 토크가 진행중일 때 몰래 책을 훑었다. 그의 정체와 근황을 알게된 순간 책 위로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정신차려라 나야. 지금은 북토크 중이고 주변에 모르는 사람만 30명이다. 아..그래서 제목이 구나… 다시 눈물 폭탄... 이날 나는 굉여님께 입덕하였다. 작가 행사마.. 영원히 실패할 일(1119 책방일기) 화요일. 하루종일 책추천 요청이 많았던 날이다. 책추천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눈감고 길을 건너는 일과 비슷하다. 차가 오는지, 파란불인지 아무것도 안보이지만 일단 가야 됨. 그리고 죽을 가능성 높음. 책추천 요청을 받으면 그런 마음으로 서가를 훑는다. 방금 만나서 이름도 나이도 모르고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는데 얼마간 시간과 공을 들여 읽을 책을 권해야된다. 내가 하는 일 중 가장 어렵고 허무한 일. 보통은 추천받으신 책을 사가시는데 오늘은 적중률까지 낮았다. 최근에 『구의 증명』 을 읽었고, 로맨스 소설을 읽고 싶다고 말씀하신 손님께는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사랑의 생애』 이승우 『백의 그림자』 황정은 『아돌프의 사랑』 뱅자맹 콩스탕 최근에 단테의 『.. 잎의 뒷면(1117-1118) 1113-1115 출근길에 매일 보는 작은 빌라. 큰 길을 등지고 입구가 나 있는 것이 좋고 그 방향에 큰 단풍나무가 드리워져 있는 모습이 무지 멋지다.신라호텔 2차 주문 건 준비. 이번주는 왜이렇게 정신이 없는지. 다 봉해놓고 뭐 빼먹고 안넣은 거 뒤늦게 기억나서 봉투 수십장 버렸다. 벼르던 화이트월 시트 붙였다. 몇개의 후보 중에 고민하다가 미셸 드 셰르토로 정했다. 책방 표어랑 잘 어울려서 좋다.“읽기란 다른 곳, 즉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 곳,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것은 비밀스러운 무대, 즉 우리 마음대로 들어가고 나올 수 있는 그런 장소를 구축하는 것이다.” — 미셸 드 셰르토의 『일상의 발명』앞머리 자른 예쁜 우리 매니저님.카메라 꺼내게하는 퇴근길 풍경 영화볼 때 새로운 메뉴 먹고 싶어서 테스트 해 .. 화요일에 새 옷 입으면 재수없어요?(1112) 걸어둔 꽃들이 시들해져서 푸른색 화병 두 개 들고 근처 꽃집에 갔다. 두시간 즈음지나 사장님이 멋스럽게 채운 화병 두개를 양쪽 팔에 끼고 들어왔다. 사장님이 말했다. 한 손님이 책방 인스타그램 사진 속 꽃다발을 보고 꽃집까지 찾아오셨어요. 정말 감사해요. 아니에요 제가 더 감사해요. 정말 기쁘네요. 네 저도 정말 기뻐요. 라벤더가 남았는데 더 가져다드릴까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럼 우리 계속 편하게 보기 어려워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감사의 뜻으로 더 드리고 싶어요.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끝나지 않는 감사의 돌림노래를 불렀다 책방 선물포장에는 작은 생화를 꽂는다. 책이 상하는 걸 개의치 않는 분들께는 생화를 책 사이에 넣어두길 권한다. 오랜만에 책장에서 꺼내 펼친 책 안에서 언제 넣어뒀는지 모를 꽃잎.. 도스토옙스키, 커트 보니것, 디카프리오(1111) 출근하면 종종 책상 위에 수상한 게 있다. 신간, 꽃다발, 프로포즈 편지...오늘은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수상한 뭔가가 있었다. 3개의 빼빼로에 얼굴이 붙어있었다. “해피 빼빼로 데이~~! (사진 속 인물들은 11월 11일에 태어난 도스토옙스키, 커트 보니것, 디카프리오입니다) 매니저님의 선물이었다. 이것이 바로 막내의 매력인가. 크레이지 아시안 걸 중에 제일가는 크레이지 걸, K-장녀인 나는 이 귀여움을 가질 수 없는가. 갖고 싶다. 갖고 싶어. 평소에는 말도 웃음도 거의 없는 매니저님은 가끔 이렇게 갑작스런 장난으로 사람을 무장해제시킨다. 세 작가를 검색하고 이미지를 고르고 인쇄하고 잘라서 테이프로 붙였을 모습을 생각하니 얼마나 귀엽고 애틋하던지. 하루종일 마음속으로 매니저님을 등에 업고 어화둥둥 .. 형태와 내용을 일치시켜야 되나요 (118) 미로 출간 파티. 애인 작업실 갈 때 종종 들렀던 엔지니어링클럽에서 열렸다. 지난해 가을 방문했을 때 바와 작업대를 구석에 두지 않고 좌석을 향해 열어둔 구조가 대담하다고 생각했었다. 작업자는 숨을 공간이 없어 금세 피로해지겠지만 잘 만들어진 공간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의 몸짓도 공간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미로 창간호 주제는 참조와 인용. 대화 중 인용한 문장을 말할 때 양손의 검지와 중지세워 접는 제스쳐인 에어 쿼츠 이미지가 곳곳에 걸려있었다. 축하하러 온 사람들로 공간이 가득 찼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 보면서 즐거웠는데(책방에서 30발자국 거리에 있는 세미 시인을 여기서 만났다) 다들 관계자들로 바글거리는 이곳을 도망치고 싶어했다. 나는 수줍어하는 대문자 I들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보았다.도망쳐나온.. 브레히트의 즐거움 (117) 어제 회식할 때부터 열이 조금 있었는데 몸살이 단단히 났다. 자고나면 괜찮아지는 나이는 끝났군... 눈 떴는데 이미 오후 3시. 어두워질 때까지 누워만 있었다. 저녁시간에 차조 생일파티 들러서 미션으로 받은 축시 읽어주려고 했는데… 어제 몇번이나 수정하면서 썼는데… 아쉬운대로 침대에 누워서 낭독하고 녹음파일로 보냈다. 축시는 브레히트의 을 참고해서 썼다. 시가 단순했다. 직접 써보기 전까지는... 은 브레히트에게 즐거움을 주는 16개의 목록이다. 차조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들을 상상해보는동안 이것이 매우 어렵고 또 슬픈 일이라는 걸 알았다. 차조가 무얼 좋아하는지 정말 몰랐구나 그리고 무엇이든 떠오른다고해도 그것들 모두 차조가 좋아할 거라고 내가 생각한 것에 그칠 수 밖에 없구나. 며칠 전 만난 차조는 만.. 9년만에 목표에 닿았다(116) 매주 첫째주 수요일은 책방 정기 휴일. 그리고 결산 회의. 10월 말부터 오늘을 고대했다. 다 같이 모여서 축하하고 싶은 일이 기다리고 있었지. 한강 작가님 수상에 힘입어 오픈 9년만에 처음으로 목표에 닿았다. 신라호텔 작업까지 포함하면 목표를 훌쩍 넘는다. 한강 작가님 그리고 두 매니저님과 함께 다음으로 넘어간다. 일을 시작한 이래 이렇게 좋은 팀은 처음이고 오랫동안 좋은 일들 함께 축하하고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오늘 호텔에서 추가 주문이 들어왔다! 따수운 연말이다. 티에리스에서 홍차 마시고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늦은 밤까지 축하했다. (113-115) 113 sun 사건 이후 이따금씩 덮쳐오는 먹구름. 하루종일 몸이 안좋았다. 괜히 애인한테 화풀이하고 그랬다. 미안해. 114 mon 출근해보니 책상 위에 프로포즈 레터가 놓여있다. 다정한 세미 시인. 주말에 책방에 다녀가셨나보다. 30걸음 옆에 있는데 만나기 어려움. 115 tue 이번주 n번째 무빙씨어터 상영작은 시드니 루멧의 『네트워크』. 트럼프 재선이 확정된 오늘 보기에 적당했다. 시청률에 미쳐버린 언론인을 비판적으로 다룬다. 1976년 작인데 어제 나온 영화 같음. 최근에 학준 님의 『주변』을 읽은 후로 이런 주제를 다룬 작품들에 더 관심이 간다. 무빙씨어터 원고는 언제 끝내지. 마지막 문단이 마무리가 안된다. 움직이는 방의 이야기(112) 두 사람이 풍덩 풍덩(111) 금요일. 출근하려고 가방을 들었는데 무거워서 헛웃음이 났다. 마지막 짐이라 생각하고 너무 잔뜩 넣었나보다. 스터디에 가져다둘 CD들, 친구들한테 보낼 할아버지 쌀과 부모님이 농사지은 땅콩. 일주일동안 5일장 나가는 아낙네마냥 이고지고 다녔다. 요즘의 가장 행복한 시간은 동료들하고 스터디 공간에서 잠깐씩 담소나누는 시간. 스터디 자료, 메뉴카드나 메뉴보드 등 공간에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에 관한 아이디어를 나누다가 나름 신박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우선 해보기론 했는데 이또한 잘 작동할지는 모르겠다. 일단 해보자고~ 저녁 식사하고 돌아왔는데 책방에 슬아, 훤씨가 방문했다. 한시간을 세워두었다는 걸 집에 와서야 알았다. 이야기가 그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단호하게 주먹을 쥐었다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손을 맞잡았다.. 등에 날개가 있는지 확인해주세요 1031 읽는데엔 아무 문제가 없지만 판매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책. 그 이름은 파본. 오늘 배송 된 책 중에 파본이 있었다. 서가에 눈에 띄게 상한 책이 한 권이라도 있으면 손님들은 책방에 있는 책들이 모두 헌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손길 한번 받은 적 없는, 한번도 펼쳐진 적 없는 책들이 대부분인데…. 그런 이유로 상한 책은 절차를 통해 거래처에 반품한다. 그렇게 돌아간 파본들은 다른 서점에서 또 거절당하거나 결국 파기 되겠지. 파본을 보면 심란하다. 조금 상했다는 이유로 이곳저곳에서 거절당하는 책의 모습에 자꾸만 사람을 겹쳐보고 그래. (과몰입) 파본이 생기면 한두권씩 사곤했더니 내 책장에 있는 책 대부분은 처음부터 상해있던 책들이다. 지금은 뭐가 파본이었는지도 모르게 다같이 낡았다. 심란한 마음에 파본 .. 별표는 텍스트의 공백을 표시하는 기호였다 1030 여유롭게 아침먹고 커피도 먹으려고 휴가를 냈다. 오전에는 대학 친구와 아침을 먹었다. 친구랑 잠깐 책방에 들렀다가 책상에 앉는 순간 눈앞에 놓인 일들을 도무지 모른척 할 수가 없어서 그대로 앉아 일했고 정시 퇴근했다. 스터디에는 테이블 완성했다. 이제 집기들만 세팅하면 끝이다. 책이며 종이며 러프하게 쌓아두기로 했는데 정리벽 있는 나랑 매니저님에겐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정도가 우리가 참을 수 있는 최대한의 어지러움이다. 공간은 제법 귀엽다. 어딘가 산책보다 마음에 든다. 갑자기 생각난 아이디어를 며칠만에 구현한 것도 신기하다. 오래 고민하고 공들인 것보다 훨씬 마음에 든다. 두 매니저님과 도모할 일들이 기다려지고 기대된다. 오랜만에 펼쳐본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 여전히 좋았다. 작고 크게 써야하는 글.. Here's looking at you, kid 1029 꽃을 살 땐 화병을 그대로 들고간다. 산책에서 쓰던 화병이 열댓개는 남아있는데다, 무엇보다 꽃집 사장님께 매번 다른 모양의 화병을 미션처럼 건네드리는 일이 즐겁다. 쾌활한 사장님은 꽃다발에도 성격을 흐드러지게 걸어두신다. 오늘은 오래 전 텍스쳐 샵에서 산 푸른 화병을 들고 갔다. 둥그렇고 푸른 미션을 건네드리고 돌아오려는 찰나 사장님이 나에게도 미션을 주셨다. "시하고 에세이 읽고 싶은데 책 추천 좀 해주실래요?" 화병을 다 만들면 책방으로 직접 가져다주신다고 하셔서 혼자 서둘러 돌아와 서가에서 책들을 꺼내 추려보았다. 『무한화서』 이성복 『꽃의 연약함이 공간을 관통한다』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은엉겅퀴』 라이너 쿤체 『잡화감각』 미시나 데루오키 『식물과 나』 이소영 『패터슨』 월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 (1028) 오늘 『시와 산책』을 즐겁게 읽으셨다는 손생님의 책 추천 요청에 이 책들로 응답해드렸다. 손생님의 최종 선택은 올가 토카르추크 『다정한 서술자』(사가셔서 사진에 없음) 와 이장욱 『영혼의 물질적인 밤』. 한정원 작가님의 『시와 산책』은 다음 독서를 부르는 힘이 있지…데려가신 책도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다. 진은영 시인의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도 권해드릴껄….! 올가 토카르추크 신간 소식과 함께 최성은 번역가 선생님이 폴란드에서 훈장을 받으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선생님 덕분에 낯선 나라의 작가와 문학을 알게 됐는데… 정말 축하드릴 일이다. 산책에서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강연 해주셨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번아웃의 한 가운데에 있었던 시기라 더 그랬을지도 모르는데, 무언가에 몰두한 사람에게서 보이는 활.. (1026)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1025) 사진 인화하려고 5년 치 사진들 뒤적거렸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집에가면 꼭 말해야지 생각했는데 짐 나르다가 힘들고 배고파서 까먹었다. 오늘 호텔 배송 다 끝냈다. 지난 번 1차 배송하고 남은 책들 다 가져다드렸다. 사무실에 아무도 면허가 없어서 애인에게 부탁했다. 마지막 박스를 건네받은 호텔 담당자님은 아직 판매기간이 많이 남았는데 출시한지 몇주만에 다 판매됐다고 말씀해주셨다. 추가발주 가능성도 있다고 하셨는데, 기대해본다… 따수운 연말 보내고 싶습니다. 차 이용하는 김에 스터디 공간에 둘 문예지, 잡지들 가져왔다. 캐리어 두 개에 족히 60키로는 넘게 들고 온 거 같은데 정작 공간에 내려두니 기별도 안가서 기운 빠졌다. 오늘은 무빙씨어터 상영 날. 열번째 상영작은 스티븐 소더버그 이전 1 2 3 4 ···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