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회식할 때부터 열이 조금 있었는데 몸살이 단단히 났다. 자고나면 괜찮아지는 나이는 끝났군... 눈 떴는데 이미 오후 3시. 어두워질 때까지 누워만 있었다. 저녁시간에 차조 생일파티 들러서 미션으로 받은 축시 읽어주려고 했는데… 어제 몇번이나 수정하면서 썼는데… 아쉬운대로 침대에 누워서 낭독하고 녹음파일로 보냈다.
축시는 브레히트의 <즐거움>을 참고해서 썼다. 시가 단순했다. 직접 써보기 전까지는... <즐거움>은 브레히트에게 즐거움을 주는 16개의 목록이다. 차조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들을 상상해보는동안 이것이 매우 어렵고 또 슬픈 일이라는 걸 알았다. 차조가 무얼 좋아하는지 정말 몰랐구나 그리고 무엇이든 떠오른다고해도 그것들 모두 차조가 좋아할 거라고 내가 생각한 것에 그칠 수 밖에 없구나. 며칠 전 만난 차조는 만난 이래 처음으로 머리를 들이밀며 품을 파고들었다. 만지려는 시늉만해도 줄행랑을 치던 차조였는데.
시를 보내고 난 후에도 종종 차조가 무얼 좋아할 지 생각한다. 시를 한번 더 수정할 수 있다면… “계단을 올라오는 엄마의 발소리”를 추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