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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색중인 것에 대한 노트

등에 날개가 있는지 확인해주세요 1031

읽는데엔 아무 문제가 없지만 판매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책. 그 이름은 파본. 오늘 배송 된 책 중에 파본이 있었다. 서가에 눈에 띄게 상한 책이 한 권이라도 있으면 손님들은 책방에 있는 책들이 모두 헌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손길 한번 받은 적 없는, 한번도 펼쳐진 적 없는 책들이 대부분인데…. 그런 이유로 상한 책은 절차를 통해 거래처에 반품한다. 그렇게 돌아간 파본들은 다른 서점에서 또 거절당하거나 결국 파기 되겠지. 파본을 보면 심란하다. 조금 상했다는 이유로 이곳저곳에서 거절당하는 책의 모습에 자꾸만 사람을 겹쳐보고 그래. (과몰입)

파본이 생기면 한두권씩 사곤했더니 내 책장에 있는 책 대부분은 처음부터 상해있던 책들이다. 지금은 뭐가 파본이었는지도 모르게 다같이 낡았다. 심란한 마음에 파본 소식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한 손님이 구매 예약을 해주셨다. 파본에 속상한 마음을 드러낸 것도 처음이고 응답을 받은 것도 처음이다. 손님에게 무얼 해드리면 좋을까 뭘 더 드릴까 보답할 생각하면서 들뜬 오후 보냈다.


산책시절 사진들을 인화했다.


책방 살림살이 하나 추가했다.
OJA CRAFT에서 눈독들이던 그릇과 인센스 홀더 샀다.
집에서 쓰고 좋았던 인센스도 사고.



퇴근 전에 서가 둘러보다가 조금 정리한다는게 일이 커져서 시집 서가를 통채로 들어내 위치를 바꿨다.



무빙씨어터 열두번째 영화 데이비드 린치 <멀홀랜드 드라이브> 지금까지 다른 작품도 더 보고 싶었던 감독은 두명뿐이다. 크리스타안 펫촐트 그리고 데이비드 린치! 광화문 펠트커피 매장을 보고 "데이비드 린치 같네!"라고 말했던 어느 소설가의 말을 이제는 상상할 수 있다. 다음주 화요일에 고전 볼 거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네. 연달아 미국 감독 영화 봤으니 다음주는 유럽간다. 페데리코 펠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