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일. 좋아하는 긴 셔츠 입고 나왔다. 더울까봐 걱정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찬 바람이 불어서 감기 걸리면 어떡하지? 새로운 걱정 했다. 지난주만 해도 더위가 끝을 앞두고 발악을 하는듯했는데 이틀사이에 겨울 냄새가 나다니. 오늘은 큐레이션 피드백 온 거 반영하고 바로 한주업무 시작해야지! 했지만, 퇴근할 때 까지 나는 이 일에만 매달려 있었다.
박솔뫼 작가전 오픈한 지 2주 정도 됐다. 이 작가전의 특이사항은 블라인드북이 계속 나간다. 정말 계속 나간다. 이미 팬인 독자분들이 오셔서 솔뫼 작가님의 소스리스트를 쓸어가는 느낌. 지난 주에 한 분이 블라인드북 전체를 쓸어가신 이후로 또 동이 났다. 매대가 비니까 뒷 벽이 평소보다 더 휑해보인다. 저 자리에 기다란 그림을 걸고 싶은데, 적당한 작품을 우연히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
퇴근 직전까지 큐레이션 붙잡고 있다가 리스트, 원고 수정해서 보냈다. 하루만에 내용을 다 바꿨다. 마음에 들지 않았고, 진행이 안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오늘 하려고 했던 일들이 고스란히 내일로 미뤄졌네. 내일의 나야 잘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