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일이지만 출근했다. 그런 날에는 평소의 나보다 조금 더 고생스럽게 챙겨준다. 귀찮아서 안쓰던 모카포트로 커피 만들어주고, 손 씻을 때마다 핸드크림도 발라주고 그런다. 어제 미뤄둔 일들 탁탁 처리하고 보내주신 신간 선물들 열어보았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에드워드 토머스 <나는 잠의 국경에 다다랐다>하고 라이너 쿤체 <시>. 라이너 쿤체는 이전 책 <은엉겅퀴>를 좋아했다. 책방에서 Read Me로 소개한 후로 날개달린 은엉겅퀴 됐어. "뒤로 물러서 있기, 땅에 몸을 대고, 남에게 그림자 드리우지 않기, 남들의 그림자 속에서 빛나기"
봄날의 책 세계 시인선은 외부에서 큐레이션 요청이 올때 리스트에 자주 넣는데 때마다 거절당했다. PC 화면으로 보았을 때 표지에서 힘이나 색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일텐데(사실 화면으로도 예쁘다고 생각함) 그럴 때마다 속으로 꿍시렁거린다. ‘실물보고 만져보면 생각 달라질텐데^^ 후회하실거예요~~’
손으로 만질 때마다 조금씩 바스러지는 것 같은 퍼석한 종이의 질감도 좋고, 활판 인쇄 느낌의 글자도 좋다. 봄날의 책은 신간이 올 때마다 손에 꼭 쥐어보고 쓰다듬어보고 이리보고 저리봐도 둘리 둘리. 책상 위에 다른 신간이 와도 바로 치우지 않고 손 닿는 곳에 좀 더 둔다.
오늘 오랜만에 책방에 마음이가 왔다. 사서 선생님의 반려견이다. 마음이는 큰 특이점이 없는 진돗개지만 바로 알아볼 수 있다. 마음이는 검은자가 크고 선명해서 흰자위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나보다 진중하고 근엄해보여 존댓말이 절로 나온다. 눈을 자주 마주치는 편인데 다가가면 좋아할 지 모르겠다. 이제 네 번 정도 봤으니 다음번엔 가까이 가서 인사하고 싶다.
요즘은 침실에 누으면 살짝 걷어둔 커튼 뒤로 별 하나가 딱 보이는데 그게 좋다. 오늘 두서없는 메모들
“애초에 행성이라는 이름 자체가 ‘헤매는 자(플라네테스)’에서 온 거잖아? 궤도는 헤매기 마련이야.”
— 우오토,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2권), 하성호 옮김(문학동네, 2022), 129쪽.
과거를 잘 알고 있는 건 미래의 값이 될 수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