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젯밤 무빙씨어터 상영작은 마틴 스콜세지 <플라워 킬링 문Killers of the Flower Moon> 지난 해 개봉작이지만 러닝타임이 엄두가 안나서 못보고 있었다. Moving Theater의 주요 장점은 두가지다. 모든 종류의 음식을 먹으면서 볼 수 있다는 점과 같이 보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약간의 강제성 덕분에 지루하고 긴 영화도 정신차리고 끝까지 볼 수 있다는 점. 극단의 자유를 원하면서도 강제성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나 인간에게 최적화된 씨어터. 프로그램에 오른 영화들도 애쓰지 않으면 볼 일이 없는 그런 영화들이고...
오늘은 호텔 큐레이션 1차 납품일. 출근하면서 아직 책이 한권도 안왔는데 오늘 중에 배송이 안오면 어떻게 해야되나…해결방법을 궁리하면서 출근했다. 만에하나 오늘 정말 배송이 안오면 합정역 교보문고에서 임시로 구매하는 수 밖에 없다. 교보문고 앱에서 큐레이션에 올린 책들의 재고를 검색해봤다. 이것도 0 저것도 0…0000. 모든 재고가 0이었다. 그럼 그렇게 큰 매장을 가득 채운 책들은 다 워떤 책들이지?
오늘 책방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들어온 손님께 “산책을 좋아했어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 이름을 짓던 때만해도 어떻게하면 그 이름을 안쓸 수 있을까 궁리했었는데 산책이 사라진 지금에서야 그 이름이 좋아진다. 그곳을 알았던 사람들끼리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기도 하지만 그곳을 몰라도 그대로 이해가 되는 것이라서 좋다. 사라질 장소의 이름으로 적당한 것이었네. 회상에 젖어있다가 택배 기사님 연락에 정신이 들었다. 다행히 오늘 급한수량은 보낼 수 있게 됐다.
도착한 책을 서둘러 포장하면서 매니저님과 오늘 발표될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추측해봤다. 지난 해 욘 포세가 받았으니 올해 수상자는 여성이겠지만, 매니저님은 토머스 핀천의 수상을 기다린다고 했다. 절판된 책이 수십만원에 중고거래가 되고 있는 작가라서 수상으로 책이 복간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한국 작가가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곧바로 그럴 일은 희박하다며...앤 카슨... 찬쉐..?
오후 8시. 민음사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던 매니저님이 한강 작가님의 수상을 알렸다. 예?????? 한강이요????? 한강. 한강. 한강...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한국인이 한국어로 쓴 한국문학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에 흥분…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모국어로 읽는다는 사실에 2차 흥분… 동시대의 나는 서점 운영자고 이 수상으로 말미암아 벌어질 여러 현상을 가까이서 목격하게 될 사람이라는 사실에 3차 흥분....
얼마간 흥분의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서둘러 책방 계정에 소식을 올렸다. 그리고 책방에 한강 작가님 책이 얼마나 있는지살폈다. <채식주의자> 한 권, <흰> 1권, <작별하지 않는다> 1권. 얼른 더 주문해둬야겠다 싶어서 계좌의 잔액을 확인했다. 거기에 믿을 수 없는 숫자가 있었다. 4원. 4원. 4원??? 잔액도 수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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