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의 흥분이 가시지 않는 아침이다. 달뜬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한 친구들이 피드에 소식을 전한다. 나도 아침 일찍 눈이 뜨여서 출근 전에 동네 카페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책방은 문을 열자마자 손님들로 북적였고 남아있던 한강 작가님 책은 바로 다 떨어졌다.
q.e.d 화병을 들고 근처 단골 꽃집에 갔다. 사장님께 축하할 일이 있다고 담을 수 있는한 크고 아름답게 담아달라고 부탁드렸다. 사장님은 한강 작가님 축하용이라는 걸 바로 알아채셨다. 그래. 이건 업종을 막론하고 정말 나라의 경사다 경사야. 꽃을 한아름 꽂아두고도 이걸론 안되겠다 싶어 축하 포스터까지 만들어서 대문에 냅다 붙였다.
오후 중엔 주영 매니저님과 호텔에 배송할 책을 포장했다. 이번 일은 첫 호텔 협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클라이언트가 주문한 일의 내용이 이렇게까지 해야되나 싶어서 그만두고 싶었던, 하지만 별 수 없이 계속 해왔던 일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연말이면 대체 일년동안 뭘한건가 싶어 회의감이 들었는데 올 연말은 다행히 괜찮을 것 같네. 계속 해볼 힘을 얻는다.
책방 안팎으로 분주하게 오가다가 반가운 얼굴, W님을 만났다. “요즘 잘 지내시죠”, “이 동네엔 어쩐 일이세요?” 등등 “안녕하세요”를 여러 버전으로 바꾼 질문을 주고 받았다. 이제 무슨 이야길 해야하나 싶은 순간에 W님이 말했다. “수진님 블로그를 봤어요”
그 한마디에 그와 내가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금은 연남동 길 한복판이라는 사실을… 잊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식사한 것이 한번, 우연히 인사 나눈 것이 한번. 그것이 일면식의 전부인 사람 앞에서 울었고 W님은 나를 안아주었다. 따뜻한 사람… W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찼다.
올해 7월이 마지막 글인 W님의 블로그에 새 소식이 있을까 몇번을 드나들었다는 말을 못했다. 그 공백만큼 지쳤을까봐 지레 짐작하고 걱정했다는 말도. 블로그는 정말 이상하지. 그건 한겹 아래에 있는 연약한 살 같아서 보고나면 그 사람을 미워하기 어려워진다. 심지어 그 사람을 자주 생각하게 되고 좋아하게 돼.
모색중인 것에 대한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