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urquoise Hexagon Sun-Boards of Canada
이번주면 책방 가구 설치 마무리다. 현장에서 보니 여러 디테일이 바뀌어 있어서 당황했다. 특히 서가의 자재가 샘플로 본 것과 달랐다. 매끈한 흑색이라고 생각했는데 티끌이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책방이 있는 건물 설계부터 시작한 일이다. 작은 가구도 이렇게 어려운데 친구들은 설계를 어떻게 하고 있는 건지… 종이 위의 그림이 건물이 되는 그 무서운 과정을 어떻게 견디지. 책방은 200평도 아니고 고작 20평인데. 하고는 있는데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물들을 볼 때마다 속상하다. 이거 밖에 못한다고? 진짜? 실망의 연속이다.
사방에서 가구를 조립하는 드릴 소리가 울린다. 후회 댄싱타임이다. 구조가 너무 답답한가? 책장을 더 넣을껄 그랬나? 바닥 너무 하얗게 뜨는 거 같은데 더 어둡게 했어야 되나? 타일 보다 에폭시가 나았을까? 흰벽 때 타면 계속 새로 도장해야되나???헣… 틀린그림 찾기&후회 댄싱타임으로 에너지가 바닥난다.
브랜딩은 할수록 욕심이 나는데 계속 욕심을 부렸다가는 책을 팔면 할수록 거지가 되는 신기한 사업장을 만들게 될 것이다. 서점의 수익률 생각하면 매장에서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들의 단가는 0에 가까워야 한다. 제한된 상황에 적절한 방법이 있을텐데 생각해보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멍청이.. 멍청이.. 좋은 방법을 찾아내라고.. 결국 브랜딩 작업은 A에서 a로 정리되고 있다. 인쇄로 제작하려던 것을 스티커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바꾸거나, 하나의 어플리케이션을 두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
두달간 진행된 채용은 마무리 됐다. 하면 할수록 어렵고 조심스러워지는 일. 일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온보딩 자료만큼은 꼼꼼히 챙겨두고 싶다. 작은 조직인만큼 서로에게 좋은 동료가 되어주는 것이 가장 큰 복지인데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좋지 않게 헤어진 동료들을 자주 떠올렸다. 무엇을 잘못했었는지 그리고 무얼 다르게 해야하는지 생각하다보면 울적해지기도 했지만 새로 시작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일 이야기를 이토록 장황하게 쓰는 이유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5년 전 산책을 오픈할 때 바쁜 일정 속에서 정신을 바로 차릴 기회가 없었다. 망쳐버린 일들이 많다. 숨을 가다듬고 앉아 가만히 쓰다보면 쓰여지지 않는 것들이 많다. 어렵게 생각하면 끝도 없다. 쉽게 생각하자고! 진지하되 너무 심각해지지 말자. 15, Jun,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