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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색중인 것에 대한 노트

옆에 누가 앉았으면 해?


작년 7월 망원동 책방 영업을 임시중단했다. 3개월, 길면 5개월 내에 리브랜딩을 마치고 연남동으로 이사 할 예정이었다. 인생에 계획대로 되는 일은 정직하게 울리는 아침 알람 뿐… 여기엔 쓸 수 없는 몇가지 문제들 때문에 공사가 1년이나 지체됐다. 올해안에 오픈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늦어지던 공사에 속도가 붙었다. 오늘 드디어 책방 가구가 들어왔다. 조립 전 상태로 자재들만 들어온 상태라 감은 안오지만 이사온 실감은 난다. 이번주 목요일이면 설치가 끝날텐데 제발 문제없이 잘 설치 됐으면 좋겠다. 잔업들도 조금 더 속도를 내서 진행중인데 가장 오랜 시간을 들였음에도 아직 제자리걸음인 일이 하나 있다. 책 진열방식을 정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운영해온 두 서점은 손님들이 서가를 어려워하지 않도록 에세이, 소설, 시, 사회, 과학 등 일반적인 분류법을 따랐다. 구체적인 키워드로 큐레이션 하고 싶을 경우 별도의 매대를 꾸리거나 서가 한 구획을 비워서 주목도를 높였다. 그런데 이사가는 연남동에는 작은 서점이 몇곳 있어서 일반적인 방식으로 분류했을 때 변별력이 있을지 모르겠고(진열방식이 다르다고 변별력이 생기는 지도 모르겠지만) 서가가 크지 않다보니 어떤 방법이 효과적일지 고민된다. 해보고 나중에 바꿔도 되긴하지.

두번째 고려중인 방식은 작가명 기준으로 빼곡하게 진열하기. 구분을 지워버리는 방식이다. 주목하는 작가의 신간이나 소개하고 싶은 책만 전면으로 진열하면 별도로 서가나 매대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서가에서 어떤 제안이나 안내를 받기가 어렵다는 것인데 이 방식이 긍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관심있는 작가 근처에 비슷한 스타일의 작가가 있으면 조금 더 서가에 머물 게 되지 않나. 그런데 이 진열방식이라면 술과 축구 이야기로 빼꼽을 빼놓는 김혼비 작가님 옆에 시종일관 진지한 가스통 바슐라르 할아버지가 앉아있다.

작은 서점은 장서량 때문에라도 특정 기준으로 이미 책이 추려져있는 상태인데 서가에서까지 집요하게 제안하는 게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생각해본 방식인데 아직도 확신이 없다. 이 문제는 조만간 여러 친구들에게 의견을 구해봐야겠다.

서가 크기로 가늠해보면 연남동 책방의 장서량은 5,000권이다. 이제 책을 선정해야한다. 많은 사람들이 ’큐레이션‘이라 부르는 그것… 큐레이션 리스트는 망원동 책방과 혜화동 산책에 입고했던 전체 도서 리스트를 뽑고 절판된 도서와 재입고를 원치 않는 도서들을 제외하고, 새롭게 소개할 책들을 더한다. 이 책들과 연남동 생활을 시작해봐야지. 오픈까지 무사하길 바란다. 그나저나 책 수납은 가능한데 도서대금 수납은 가능할 지 모르겠다. 으 무사히 오픈할 수 있을까.
12, Jun,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