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oines of the Cliff-Sea Power
머리를 어지럽히는 질문이 있어 낯가리는 독서모임 채팅방에 메세지를 남겼다. 친구가 뭔지 모르겠다고. 나 친구가 없는 거 같다고. (지금 생각해보니 뜬금없는 질문으로 채팅방 분위기를 흐려서 미안하다. 그 방에 있는 친구들은 친구가 아니냐? 으유~) 같이 여행갈 수 있는 친구들이 있나? 편안한 차림으로 만나 술을 마실 수 있는 친구가 있나? 생각해보면 없는 거 같아서. 친구들의 답이 시차를 두고 하나씩 도착했다.
“맛난 거 같이 먹고 얘기도 도란도란 들어주고 가끔 정신차리라고 욕해주면 친구지”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 같아요 같이 보낸 시간도 참 소중한데 현재 내 옆에 있어주는 사람들”
”그럼 다음 모임 주제로 들고오세요. <친구란 무엇인가?>”
“뒷북이지만 수진쓰가 얘기하는 친구는 약간 동고동락하는 친구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나.. 그런 친구들 점점 귀해지는 듯“
채팅방에 몹쓸 질문을 남긴 후 며칠이 지났다. 그 방에 있던 친구 S가 연락이 왔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김치찌개 먹고 싶다고 한 거 봤다고, 만들어줄 수 있으니까 집으로 오라고. 이참에 그냥 채팅방에 있는 친구들 일정을 확인해보고 다 부르자고 했다. 비오는 주말 오후 친구들은 각자 음식 하나씩을 들고 S의 집에 모였다. 친구집 식탁엔 내가 먹고싶어 했던 김치찌개, 무거운 뚜껑 아래에 천천히 뜸을 들인 솥밥, 여름 채소를 넣은 골뱅이 무침, 다른 친구가 먹고 싶다고 했던 두부 시금치 무침이 올라왔다.
나는 그날의 식탁을 내 질문에 대한 친구의 답장으로 읽는다. 낡은 집에서 가지고 있는 모든 살림살이를 꺼내 차린 그날의 식탁을. 든든히 먹고 돌아오는 길에는 나도 누군가에게 쓰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 부름에 흔쾌히 응하고 싶다면 그 사람을 친구라고 여겨도 좋겠다고. 외로운 기분이 드는 날도 씩씩하게 지내다보면 1인분보다 더 해낼 수 있는 날도 오겠지. 친구처럼. 14, Jun, 2023
그리고 이것이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