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moria-Cesar Lopez
평소라면 안할 짓을 하며 휴일을 보냈다. 희로에 40분이나 기다려서 들어갔고 메뉴 아홉개를 먹었다. 하이볼 반잔에 취해서 아이스크림이며 지렁이 젤리며 이상한 것들을 먹으면서 집까지 걸어왔다. 오는 길에 바닥에서 지렁이를 봤고 먹던 젤리 하나를 지렁이 옆에 두고 왔다. “친구해~~~”하고.
메모도 사진도 쌓이기 시작하면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매일 보기 쉬운 곳에서 올려두는 건 빨랫대를 보여주는 기분이고. 여기도 누군가가 볼 것을 상정하고 쓰는 곳이지만 어쩐지 여긴 조금 구석 같고. 그리고 이곳까지 들어와 나를 읽는 사람이라면 조금 마음을 놔도 되지 않을까.(아니야 정신차려)
<Thelma&Louise>를 봤고 올해 본 영화들의 필름스코어를 모아둔 플레이리스트가 1시간을 넘겼다. 플레이리스트의 가장 첫번째 곡을 가장 자주 듣는다. Memoria-Cesar Lopez. <바로 손을 흔드는 대신>을 읽었다. 솔뫼 작가님의 글을 더 읽어보고 싶고, 상우 작가님이 글마다 달아놓은 음악을 하나씩 검색해 찾아들으며 책 제목을 자주 떠올렸다. 국현 <게임사회> 전시도 보았다. 함께 본 친구와도 이야기했지만 영상 작업은 설치방식까지 작업 범위에 포함되어야하는 게 아닌가. 그렇지 않은 작업들은 집중해서 보기가 쉽지 않았다. (왜 너의 집중력 문제를 전시탓을 하는지?)
집에 잘 보이는 곳에 ‘기대X‘를 크게 쓴 종이를 붙였다. 일의 결과도,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게 가장 큰 문제였던 거 같아서. 선택한 것에는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몫도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도 자주 떠올린다. 아무튼 메모나 사진들 쌓아두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매일 쓰기로 한다. 뭐뭐 했다. 그리고 그랬다. 그렇게. 잘 쓰려하지 않고, 수정도 하지 않고, 쓸모도 없는 글을 딱 100개만! 6, Jun,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