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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색중인 것에 대한 노트

3월의 노트들

3.3
합류하기로 한 곳에 첫 출근 했다. 출근하기 전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상황은 달라졌고 혼란스럽지만 할 수 있는 것들부터 한다. 해본다. 합류를 결정했을 때 쓴 글을 꺼내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3.7
여러 권의 책을 숙제처럼 들고 돌아왔고 몇개의 말들을 후회하느라 새벽까지 깨어있었다. 말을 좀 아껴라 수진아. 투자를 받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내가 참여하기로 했던 프로젝트들이 무산되었다. 현재 시점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해내는 것 밖에 할 수 없는데, 몇몇 분들은 내가 출근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그 생각을 나에게 거리낌없이 말할 때마다 외로운 마음이 든다. 걷고 움직이다보면 다시 명랑한 마음이 되긴하지만 당분간은 외로운 기분을 자주 맞이하게 될 것 같다.



3.8
번역 프로젝트에 수록될 작품들을 읽다 황유원 시인의 글을 여러번 다시 읽었다. 아르보 페르토를 들으며 수겸씨에게 편지를 썼고 답답해질 때마다 먼곳의 장소들을 찾아보았다. 퇴근길에 만나는 고양이가 생겼다.



3.9
투표. 오랫동안 배경화면으로 품고 지내던 하종현 선생님 그림을 보았다. 국제갤러리.






3.10
전쟁과 전염병이 있는 시국에도 괜찮은 일상이 있다. 괴리감과 동시에 얄팍한 안전함을 느끼는 자신이 싫어진다. 케테 슈미트 콜비츠 Käthe Schmidt Kollwitz





3.11
회사 생일을 축하하며 함께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다. 떠나고보니 그동안 내가 받은 존중과 인정이 어떤 것이었는지 선명히 보인다. 기쁘면서도 외롭고 그리운 마음이 들었다.





3.14
카렐 차페크 <평범한 인생>을 읽는다. 누가 건네준 책은 그 사람의 목소리로 읽힌다. 책 속의 많은 문장이 그 사람이 나에게 하는 말처럼 들려 자주 책을 덮었다.






3.15
벽감(壁龕, alcove) 벽면을 우묵하게 해서 만든 공간





3.17
constellations



3.18








3.22
루이페르디낭 셀린 Louis-Ferdinand Céline




3.25
3월은 답사를 이유로 이곳저곳 방문하며 지낸다. 이전 프로젝트에서 일할 때에도 오가던 곳들인데 조금 다르게 보고 있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하찮아 보이기도 하고, 다르게 해볼 수도 있었을 것들을 발견하며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최선을 다해 만든 결과에 후회는 없지만 조금만 떨어져 지낼 줄 알았다면 덜 지쳤을까 싶다. 그러니 지금 상황에서도 너무 매몰되어 지내지 않도록 노력하자. 일이 아닌 것에 시간을 분배하기, 읽고 쓰기, 건강히 먹고 운동하기





3.26
5년만에 혜원 선배와 연락이 닿았다.




3.27



3.28
어젯밤부터 몸이 좋지 않더니 자가키트가 양성으로 나왔다. 해를 등에 쬐며 PCR검사를 기다렸는데 오한이 느껴졌다.


3.29
칼을 삼키는 정도의 인후통이 계속 됐다. 낮엔 잠깐 정신이 들다가도 밤이면 38도 가까이 열이 올랐고 앞이 잘 보이지 않을정도로 어지러웠다. 그동안 지인들에게 진심으로 안부를 건넸다고 생각했는데 부끄러웠다. 3월 마지막 한 주는 침대를 벗어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