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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색중인 것에 대한 노트

목적지는 승차지점으로

일주일간의 격리를 마치고 일상 생활을 시작했다. 잠을 못잘 정도로 고열에 시달린게 무색하게 갑자기 증상이 사라졌다. 급히 사라진 증상들은 잔기침과 새 풍선을 부는듯한 뻑뻑한 들숨을 남겼다. 한 두시간 적게 일하고 있는데도 집에 돌아오면 노트 가득 적어둔 할일을 베고 눕는다.

오늘 본 친구의 글처럼 나는 요즘 해결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해결할 필요가 없는 것들에 강박적으로 매달린다. 기기마다 흩어져있는 기록을 완벽하게 정리하려고 한다든가, 구글 캘린더의 모든 일정을 양식에 맞춰 정렬하려고 한다든가. 한숨 돌린 후 들여다 보면 애쓴기력이 역력하다.

저녁을 먹으러 간 중국집 뒷자리에 앉은 남자들은 룸살롱 이야기를 자랑처럼 늘어놓는다. 곧 식당을 열 예정이라는데 맘카페를 잘 관리해야한다고 말한다. 음식을 먹는 기관과 배설을 하는 기관이 분리되지 못한 생명체의 모양을 상상한다. 방금 저 테이블에 서빙된 양장피가 똥이길 바란다.

식사 후에는 걸음을 멈추고 꽃을 올려다보는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 한참을 걷고도 아쉬워 차를 타고 벚꽃이 늘어진 길을 달렸다.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생각할 곳을 찾는 가후쿠에게 미사키가 달리는 차 안을 제안한 것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길을 따라 조용히 달리고 싶다. 목적지는 승차지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