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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색중인 것에 대한 노트

과거형의 애정표현으로 알게 된 것

오랜만에 좋아하는 술집에 들렀다. 술을 잘 못해 자주 못가는 것이 아쉽다. 주량을 늘릴 수 있다면 최대한으로 늘려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이다. 골목에 있는 작은 곳이지만 깨끗하고, 좋은 음악이 있고, 정중하고 적당히** 친절한 사장님이 있다. 이 세 박자가 만드는 분위기가 좋다. 둘 또는 홀로 조용히 머무는 손님이 많아, 공간은 종종 서로를 배려하는 자기장으로 가득찬다. 이곳에서는 안심하고 술을 마신다.

오이 소다를 마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양쪽에 손님이 찼고, 바 너머에 계시는 사장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양쪽 손님은 고작 오이 소다 한 잔으로 온몸이 불타고 있는 이 인물이 아랫층 책방 운영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름 모르는 손님께 이런 이야길 들었다. 책방을 좋아했다고, 즐거웠다고, 내가 잠시 자리를 비웠던 때에는 이곳에 와서 운영자의 행방을 물었다고.

책방을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혼자’ 였다. 물리적으로 혼자였던 시간도 많았지만, 줄곧 동료가 있었음에도 외로운 마음이었다. 어디에나 속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기분이 더 자주 들었다. 망원동에서의 마지막 영업일을 정하고도 끝이란 기분이 들지 않았는데 과거형의 애정표현을 받고서야 실감한다.

이곳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불의 색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어두운 공간 안에 가스레인지 불이 켜진다. 파ㅏㅏㅏㅏ랗다. 그래. 알고 있어도 모르는 것들이다. 불이 파랄 수도 있다는 것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사뭇 Bar Samut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 19길 74 20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