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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색중인 것에 대한 노트

덕분에 지난 시간을 조금은 긍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초부터 큰 변화들이 있었다. 12월 중순, 메일로만 연락을 주고 받던 어느 대표님께 프로젝트 합류 제안을 받았다. 기쁜 일이었다. 오랜시간 그곳의 이야기와 만듦새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대표는 단순한 업무 메일에도 언제나 정성스럽게 회신했고 그곳의 이야기가 만드는 사람을 닮은 것이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합류 제안이 나의 나이, 학력, 경력도 모르는 채로 진행된 것이었다는 점, 그간 해온 일들과 몇개의 글로 가늠된 것이라는 사실에 나는 더 들떴다.(물론 고만고만한 나의 상황을 다 아셨겠지만) 제안을 받은 후 가소롭게 떠다니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자주 걸었다.

새롭게 꾸린 팀과 도모중이던 일을 두고가야한다는 아쉬움, 5년 간 사업처럼 일궈온 일에 대한 미련, 사람을 잘못보신 게 아닐까하는 걱정(90%),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한다는 부담, 명확하지 않은 업무 내용에 대한 불안함. 새로움과 모호함의 덕을 보며 일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일 앞에서는 걱정도 새롭게 하더이다...쯧쯧. 제안을 받은 후 대표님을 두번 더 만났고 오만가지 고민 끝에 합류를 결정했다. 제안 주신 덕분에 지난 시간을 조금은 긍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감사의 인사를 덧붙였다.

2월 한 달은 휴식의 시간을 갖기로 했지만 드문드문 일을 하며 심란한 마음으로 지냈다. 한 주는 감사한 분들을 만나 퇴사 소식을 전했고, 한 주는 출장과 업무가 뒤섞인 날들을, 한 주는 갑작스러운 포트폴리오 준비로 밤을 새우며 보냈다. 귀엽게 남은 미지막 한 주에는 작은 여행을 다녀왔다. 한 달이 이렇게 짧은데 어떻게 매달 그 일을 다했나. 정말 난 최선을 다했다. 기쁘다.(갑자기)

평안한 얼굴이 있는 제주에 다녀왔다. 그 사람을 닮은 온화한 집에서 하루 묵었고 다음 날은 올레길을 따라 걸었다. 에어팟 배터리도 없고 사람도 없어서 노래를 불렀다. 바람이 대차게 불길래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으로 시작하는 노래를 대차게 불렀다.

바다 가까이 내려가니 현무암들이 내 키를 훌쩍 넘는다. 돌들 사이에 서 있으니 소리가 굉장하다. 세번도 못듣고 도망쳐 나왔다. 아름답네…무섭네…아름답네…무섭네… 중얼거리며 다시 걸었다. 그러고보니 두달 내내 그랬다. 잘했네 긍정하고 돌아서서 실망하고, 좋았다가 싫었다가, 알 것 같은데 모르겠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도저히 안될 것 같고. 그랬다.




그나저나 드문드문 업데이트 되는 누추한 블로그에 방문자가 갑자기 수백명이다. 나 뭐 잘못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