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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색중인 것에 대한 노트

GPT에게 얻은 질문으로 한해 마무리를


혜인이 블로그에 올려준 한해 마무리 질문들을 보고 올해 본 영화, 책 같은 거에 순위 매기는 ‘2024 어워즈’ 따위나 하고 있었던 나 자신 몹시 반성하였다. 혜인이를 좋아하는 건지 이 질문들을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뭐든 좋아서 같이 써보는

<GPT에게 얻은 질문으로 한해 마무리>


올해 나의 행동이나 선택이 내 가치관과 얼마나 일치했는가?
“무언가를 얻기 위해 남을 이용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내뜻대로 이용한다는 게 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자신이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이것이 어떤 유혹으로 변하는 지 경험한 해였다. 누군가의 증언 한번이 나를 살릴 수 있다면, 다만 그 선택으로 그 사람이 피해를 입거나 죽을 수도 있다면 과연 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까? 그런 유혹을 뿌리치는 것과 그로 인한 고통을 감내하는 일이 얼마나 고된 것인지 경험한 해였다.

그 과정에서 글자로만 보았던 몇개의 가치를 믿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해였다.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이나 이타적인 마음, 사랑 같은 추상적인 단어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만이 사람을 변하게 한다는 걸 경험했다. 하지만 가치관을 지키는 게 자신을 지키는 일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수년이 지난 후에 지금의 선택을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내가 극복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매일 일기 쓴 것. 억울함을 해소하려고 온갖 더러운 방식으로 이 상황을 타개하려고 했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남을 해하는 게 과연 사람이 할짓인가 싶어서 그만두었다. 그리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괴물로 남고 싶지 않았다. 정직한 방식으로 우리를 돕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종류의 정화를 경험한 거라고 생각한다. 잔인하고 사악한 말들이 많이 떠올랐지만 곁에 있는 사람들 떠올리며 일상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들의 말에 내 삶을 흔들 필요가 없다는 것. 그런 것을 배웠다.



올해 나 자신에게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갖고 있는 여유자금 다 꺼내서 친구를 도운 것.



올해 나와 작년의 나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가장 달라졌는가?
동료들과의 팀워크, 관계가 안정된 것.(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면 어쩌지)


올해 내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무엇인가?
메타인지와 이타심.
유머.



어떤 대화가 내 생각이나 믿음을 변화시키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는가?
김두식 교수님의 의견과 도움 덕분에 많은 것들을 무너트릴 수 있었다. 달가운 붕괴였다. 교수님 덕분에 내 안에 과잉 연결된 것들에 균열을 낼 수 있었고 어떤 종류의 동일시를 경계하게 되었다. 지배적인 의견으로부터 멀어질 용기를 낼 수 있게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혜인이 책에서 쓴 것처럼 “나를 기르는 건 평화로운 날들보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순간들”이다.



내가 더 잘했어야 했다고 느끼는 관계나 상황은 무엇인가?
첫번째, 애인에게 내 괴로움까지 감당하게 한 것이 미안하고 후회된다.

두번째, 이상하다고 느꼈을 때 모질게 끊어내지 않은 관계가 후회된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그 사람의 스토킹 전과를 듣게 됐을 때 내가 겪은 것이 일종의 스토킹과 협박이었음을 뒤늦게 이해했다. 그 사람 화풀이 방식과 신들린듯한 중얼거림을 생각하면 아직도 등골이 오싹하다…


올해 내가 우선 순위를 잘못 두었다고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
없다.


올해 나의 열정을 불러일으킨 사람, 장소, 혹은 경험은 무엇이었는가?
(GPT야, 이건 질문이 세 개 잖아…?)
1. 열정을 불러일으킨 사람
배달음식으로 대충 끼니 때우면서 도와주셨던 분들, 24시간 대기하며 물심양면 도와주셨던 분들, 내 손 꼭 붙잡으면서 그렁그렁한 눈으로 고맙다고 말했던 사람, 일련의 사건으로 새롭게 사귀게 된 사람들.

2. 열정을 불러일으킨 장소
삼각지 작업실, 단골이 된 집앞 카페.

3. 열정을 불러 일으킨 경험
많았던 거 같은데… 우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작가전 하년서 다른 분야의 창작자와 협업도 하고 협찬도 받아봤다. 곧 10년 차인데 일의 규모를 더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뒤늦게 우연히 어떤 블로그에서 리스펙토르 작가전 리뷰를 보게 되었는데… 그것이 참으로 큰 힘이 되었다.

여름 제주 여행 갔을 때, 한 침대에서 자게 된 현아와 누워서 뜬 눈으로 새벽까지 나눈 대화. 이 대화가 왜 열정을 불러 일으킨 건지는 좀 더 생각해보고 싶다. 부정적인 경험에서도 꽤 많은 열정을 키웠다. 전면에서 비난했던 사람 몇명이 비공개적인 루트를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을 때…사건을 타개해갈 큰 열정을 얻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올해 진심을 담아 누군가에게 말한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
첫번째는 애인에게 멋있다고 말한 것. 안위를 지키기 위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지뢰가 가득한 길을 그냥 걸어가는 편을 택했다. 그가 나에게 보여준 책임감은 내가 사람에게서 목격한 것 중 단연 빛나는 것이었다. 좋은 옷 입었다고 뽐내면 마지못해 멋있다고 말해준 적은 많았는데, 처음으로 진심으로 말해본 거 같다.(미안)

두번째는 매니저님께 10년동안 고생한 보상을 당신으로 받는 것 같다고 말한 거. 매니저님 덕분에 삶을 더 사랑하게 된 것 같다고 고백했었다. 신입이라는 걸 자주 잊어버릴 정도로 차분하고 노련한 매니저 님. 내가 편안함을 느낀다면 상대가 배려하고 있거나 애쓰고 있는 거라는 말이 있던데…


내게 내년에 물려줄 말은?
방법을 모르겠으면 그냥 사랑을 택해… 그리고 너 올해 운동 거의 안했다.



올해의 책, 영화 같은 순위 꼽는 것보다 몇배는 시간이 드는 일이었는데 써보길 잘했다. 힘들기만 했던 해로 기억할 뻔 했네…2024년은 가장 많은 사랑과 감사와 성취가 있었던 해였다고!